불국사 경내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석단(石壇) 입니다.
이것은 불국사의 가장 특징적인 조영물중의 하나로서 주의깊게 관찰하여야 할 훌륭한 작품 입니다. 석단의 1층 기단엔 큰 돌을, 2층 기단엔 작은 돌을 쌓았으며, 그 사이에 인공적으로 반듯하게 다듬은 돌로 기둥을 세워 지루하지 않게 변화를 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석단의 형태는 전체적으로 단아한 맛을 느끼게 해주는데, 그것은 울퉁불퉁한 모습의 자연석과 인공으로 다듬은 매끈한 돌이 서로 부딪치지 않고 화합을 이룬데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불국사 조영의 기본적 이상(理想)의 하나로서, 자연과 인공의 멋이 제대로 어울린 참다운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 축대는 이러한 조화의 멋을 한껏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선인들은 이 석단을 통하여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보여줌으로써 범부(凡夫)의 세계와 부처님 세계의 조화를 함께 보여주고, 부처님 나라의 높이를 상징함과 동시에 그 세계의 반석(盤石)과 같은 굳건한 인상을 주려고 의도하였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범영루와 좌경루가 솟아 있는 석단 중앙에 힘차게 내뻗은 계단이 있습니다.
위쪽의 16계단이 백운교이고, 아랫쪽 17계단이 청운교 입니다. 33이라는 숫자는 욕계(欲界) 제2천(天)인 33천을 상징합니다. 이는 바로 33계단을 딛어오름으로써, 온갖 욕심과 어리석음으로 가득찬 속세를 떠나 천상의 부처님 세계로 인도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계단을 오르는 것은 바로 고통과 좌절로부터 희망과 환희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희망을 표현하기 위하여 청운교 밑에는 무지개처럼 둥근 들보 모양으로 만들어진 홍예문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홍예문은 고요하고 안정된 긴 석축에 둥근 곡선으로 변화를 일으켜 전체적인 조화와 생동하는 기운을 불어넣은 것이기도 합니다.

청운교, 백운교는 신라시대의 창건 당시의 모습이 가장 잘 남아 있는 조영물 중의 하나로서 돌난간이 새로 만들어진 것 외에는 모두 1000년의 세월을 견뎌온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그 돌계단을 걸어올라갈 수는 없지만, 청운교, 백운교 아래 서서 조용히 눈을 감고 마음으로 한껏 상상해 보십시오. 신라인들이 이 돌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면서 대웅전을 향해 합장하여 무수히 절하며 아름다운 부처님 나라에 젖어드는 모습을. '현진건'의 "무영탑"이라는 소설을 보면, 그 옛날에 연등행사나 팔관회를 위하여 임금이 직접 행차했을 때의 청운교, 백운교 모습이 자세하고도 장황하게 그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