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전과 대웅전의 서쪽 회랑에서 계단을 밟고 내려서면 극락세계의 중심 건물인 극락전이 있습니다.

불국사 입구에서부터 들어오면 석축 왼쪽에 있는 연화, 칠보교를 밟고 안양문에 이르도록 된 곳이지만, 지금의 연화,칠보교는 일반인의 통행이 막혀져 있습니다.
안양문은 아랫 쪽의 연화교와 윗쪽의 칠보교로 되어 있습니다.
연화, 칠보교를 내려다보면 아직도 조금 남아 있는 연화무늬를 볼 수 있는데, 선인들은 연꽃 향기 가득한 계단을 올라 서방 극락세계에 도달하는 것을 상정하였던 것입니다.

견고한 석조기단위에 목조로 세워진 극락전은 임진왜란때 불타버린 이후, 조선 영조 26년(서기 1750년)에 중창되었다가, 1925년 일제때 다시 지어졌습니다.
그런 연유로, 신라시대때에 만들어졌을 극락전의 정연한 기단부와 그 위의 목조건물은 전체적인 균형을 잃은 듯하여 아쉬움이 있습니다.

극락전 안에 모셔진 아미타여래불상은 금동(金銅)으로 제작된 것으로서 높이 1.8m, 머리높이 48cm, 양 무릎너비는 1.25m 입니다.

결가부좌 한 자세이며 자비스럽고 원만한 얼굴은 정면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깨는 가사를 벗었고, 오른손을 가볍게 오른쪽 무릎위에 얹었으며, 왼손은 손바닥을 벌리고 가운데 손가락을 굽혀 극락에 사는 이치를 설법하고 있는 자세로 아미타 구품인 중 하품중생인(下品中生印)을 하고 있습니다.

아미타불 옆에는 관세음보살과 대세지(大勢至)보살이 협시하고 있습니다. 극락전 아미타불을 참배하실 때에는 지극한 심정으로 왕생(往生)을 소원하십시오. 죽어서 다시 왕생하기만을 기원하시지 말고, 살아서 이 마음 돌이켜 온갖 탐욕함과 어리석음과 노려움에서 떠나 참다운 세계로 마음문을 활짝 열어 왕생하기를 빌어 보십시오.

그러면서, 아미타불을 협시한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찬란한 형상으로 왕생하는 이를 배웅나오는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벌써 우리는 신라시대 선인들이 준비하여 건네주는 아름다운 선물을 두손 가득이 받아든 채 극락전 문을 나설 수 있을 것입니다.

극락전은 대웅전의 서회랑과 통하는 북쪽으로 2칸의 문을 내고 일렬에 16계단씩 3열로 48계단을 설치하였는데, 이는 아미타여래가 법장(法藏)이라는 이름의 비구로 수행하면서 세웠던 48서원(誓願)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16계단을 3열로 배치하여 합하여 48이 되게 한 것은, 전체적으로는 48서원을 상징하는 것이며, 계단이 3열인 것은 수행하는 사람을 상배, 중배, 하배로 나누고 다시 극락세계에 왕생함에는 상, 중, 하품으로 나누어 상품상생에서, 하품하생까지 9품으로 나누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고, 16계단은 극락세계에 왕생하기 위하여 닦아야 할 16관(觀)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선인들은 극락전에서 대웅전에 이르는 계단에까지 하나하나 상징을 표현함으로써 불국토를 거니는 신앙인들이 더없는 황홀함에 이를 수 있도록 조영물을 구성하고 배치하고 있습니다.

저는 늘 이 계단을 볼 때마다, 아미타여래의 48원을 따라 소원하며 48계단을 오르내리기만 하여도, 그 순간 순간마다, 욕심으로 가득차고, 미망(迷忘)함에 번잡스러운 이승의 육신을 벗어버린채, 서방극락정토 한 가운데, 사뿐 사뿐 연꽃위 거니는 불보살과 진배없이 되는 것이리라 생각하곤 합니다.

한가지 덧붙여 말하자면, 극락전 앞 마당에 가시면 그곳에서 눈을 들어 대웅전과 그 뒷편의 소나무 숲을 보십시오.

그곳에는 행랑의 가지런한 기와지붕 위로 석가탑의 높다란 꼭대기가 보이고, 다시 그 위로 불국사를 둘러싸고 있는 멋진 소나무 숲의 어우러짐을 보실 수 있을 것 입니다.

이 황홀한 어우러짐을 보고 있노라면, 인공적인 조형물과 그것을 둘러싼 자연물의 조화, 이것이야말로 불국사를 건축한 선인들의 기본적인 이상이었으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감상은 바로 극락전이라는 장소와도 어우러집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극락이 어디 서방 저 멀리 우리들 범부들은 죽어서도 가기 어려운 그런 곳이기만 하겠습니까. 이렇게 진흙같이 들어붙어 살고 있다고 해도 바로 이곳이 없고서는 연꽃의 화려함도 있을 수 없는 것이니까요.

이렇듯 불국사 극락전 앞 마당에 서면, 극락이란 바로 우리들 마음속의 또 다른 한 켠임이 분명한 "서방"에 있을 그런 곳이 아니겠는가 생각하게 되고, 이것은 분명 불국사의 어우러진 조형물들이 우리네 가슴에 내려 비추는 영원한 선물이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극락전을 둘러보는 또 하나 묘미는, 극락전을 빠져나와 다시 범부의 세계로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단정한 석축의 모습입니다.

내리막길에 자연돌과 인공돌을 단정하게 쌓아올려, 극락세계를 거쳐 범부의 세계로 돌아오는 이의 마음에 다시한번 질서정연한 엄숙함과 그 가운데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의 여운을 남겨 두려는 뜻이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이러한 배려는 불국사를 건축한 신라인들의 참으로 세심하고도 열렬한 신앙심에서 비롯된 깔끔한 마무리로 느껴지며, 극락전을 나와 시멘트길을 걷다가 불국사 경내에서 나가게 될 때에도 다시 불이문(不二門)을 두어, 범부의 세계와 부처님의 세계가 둘이 아니니, 부처님 세계에서 내려받은 아름다움의 여운을 속세살이에서도 마냥 지녀 향기롭게 살 것을 일러줍니다.

향가에 나타나는 신라인들의 아미타불 신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