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전은 무설전 뒤에 불국사 경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습니다. 관음전은 조선시대 때(1470년경)에 중수되었는데 임진왜란 때 다시 불타버리고, 선조때에 중창 되었습니다.

관음전 안의 관음보살상은 원래 신라 경명왕 6년(922년)에 경명왕비가 낙지공(樂支公)에게 명하여 전단향목으로 만든 것이었는데, 그 후에 조선시대 현종, 숙종 때에 세차례에 걸쳐 개금(改金)되었다고 하며, 지금은 그 행방을 알 수가 없고 현재는 1973년 복원공사 때에 소상(塑像)으로 조성된 것입니다.
관음신앙은 원시불교나 소승불교에서는 없었던 것으로서 대승운동이 싹트면서 많은 대승 경전들이 성립될 때에 법화경에 등장하여 확립된 것입니다.
법화경의 보살보문품에 의하면,

관음보살(Avalokitesvara, 觀自在, 光世音 보살)은 모든 괴로움과 악에서 중생을 구하고, 그들에게 안락과 이익을 주는 이상적인 보살입니다. 관음보살의 이름을 염하는 공덕만으로도 큰불이나 홍수, 도둑 등 7난(難)을 면하게 되며 그 외 모든 환난으로부터 구제되어 소원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러한 현세이익적인 관음신앙은 그 후 중요한 불교적 신앙형태로 전수되어 왔습니다.

관음보살은 경우에 따라 거사, 비구, 비구니, 재상 등으로 몸을 바꾸어 가며 중생을 구제한다고 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일찍이 해동화엄초조인 신라 고승 의상법사에 의하여 주창된 신라 화엄종만 하더라도 그 신앙의 내실에는 정토신앙에 뿌리를 둔 관음신앙에 근거한다고 하기도 합니다. 관음보살은 반드시 머리에 보관을 쓰고 그 중앙에 아미타불을 이고 있으며, 손에는 감로수의 정병을 드는 것이 보통 입니다.
불국사 관음보살상 뒤에는 관음보살의 수 없는 공덕을 표현하는 천수천안(千手千眼) 관음보살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대웅전 마당에서 관음전으로 들어가기 위하여는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이 돌계단을 '낙가교'라고 합니다. 이는 관음보살이 항상 머물어 설법한다는 보타낙가산(補陀落迦山)에서 유래한 것이고, 보타는 "白"을, 낙가는 "華"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름은, 원래 관세음보살은 남쪽바다 가운데 솟아있으며 마치 그 형상이 흰꽃이 피어있는 듯한 보타락가 산중에 자리잡고 계신다고 하는 경전의 새김에 따른 것이며, 불국사에는 관음전으로 들어가는 곳에 가파른 낙가교를 두고 그 위에 자리잡은 문을 해안문(海岸門)이라고 하여 남쪽바다에서 산높은 곳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원래의 관음전은 해안문을 중심으로 하여 좌우에 푸른대를 상징하는 취죽루(翠竹樓)와 능수버들을 상징하는 녹양각(綠楊閣)이라는 누각이 있어서 해안문과 행랑으로 연결되어 있었다고 합니다만, 1972년의 복원공사 때에는 이러한 누각은 생략된 채 해안문만 복원되어, 당초 신라인들이 아름다운 관음전을 통하여 상징하고자 하였던 의도는 상당히 위축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대웅전 마당에서 취죽루와 해안문, 녹양각으로 이어진 행랑과 높다란 누각들을 상상하여 보면, 당시에는 관음전이 얼마나 위풍당당하게 들어서 있었을까 상상하여 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관음전에 들어가는 마음은 한층 맑아지는 듯한 느낌을 가지곤 합니다. 관음전의 천수천안관음상을 친견하고, 다시 돌아나와 낙가교에 서서, 불국사를 내려다 보는 것도 불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무설전과 대웅전, 그 사이에 늘어선 회랑의 지붕들, 다보탑과 석가탑, 그 가지런한 모습을 보노라면 마음마저 한결 정돈된 양 산뜻한 느낌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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