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전

무설전(無說殿)은 불교 경론을 강술하는 장소이며 그 이름이 말해주듯이 "유마경"의 교리적인 상징을 받아들인 건축물이다. 유마경은 이 경의 요체인 '입불이법문품'(入不二法門品)에서 모든 보살들은 각기 불이(不二)에 대하여 의견을 말하는데 그 결과 모든 대립적인 존재가 그대로 불이(不二)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마지막으로 지혜 제일의 문수보살에게 묻게 되어, "일체의 법이 있어 이 법은 말할 것도 없고 더 이상 설할 것도 없고, 보여줄 것도, 아는 것도 없이 모든 문답을 떠난 자리, 이것이 불이의 법문에 드는 길이다"라고 문수보살이 말한 데 대해, 유마는 오직 침묵으로서 답하는 저 유명한 '유마일묵여만뢰'(維摩一默如萬雷)의 법문이다.

유마경은 서술방식이 모든 것을 포용하는 형식이 아니라 통렬하게 비판하고 척파(斥破)하는 방식이며, 문수보살도 유마의 침묵 앞에서 일거에 무너지고 만다는 그 논리야말로, 석가모니 사후 흩어진 부파를 통합하는 대승 불교운동에 큰 받침이 되었고, 이것은 삼국을 통일한 신라시대 불교인들의 마음에 온전히 남아 있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무설전은 임진왜란 중에 불탔고, 숙종 34년에 중창되어 한일 합방 때까지 보전되었으나 그 후 허물어진 채 방치되다가 1969년 복원사업이 시작되어 1972년 완공된 건축물이다.

무설전의 마루바닥은 대웅전의 마루바닥과는 달리 가지런하고 단정하다.

수행을 하며, 설법을 듣는 마음자세에 어울리게 마루바닥도 단정하게 깔은 것이리라. 반듯하게 자른 나무로 바닥을 종(從)으로 깔고, 그 사이에 다시 반듯하게 횡(橫)으로 긴 나무를 깔아서 전체적으로 질서정연한 느낌을 받게 의도한 것이다.

비록 후대의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 마루바닥의 단정함은 제 맛을 제대로 살린 목수의 안목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