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보이는 두제자

마하 목건련상과 마하가섭상

석굴암의 본존불을 둘러싼 부조상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10대 제자상이 있습니다.
석굴암의 부조상이나 감실상에 대하여는 그 상들이 누구를 조각한 것인지에 관하여는 의견이 일치된 몇 분의 상을 제외하고는 누구를 조각한 것인지 많은 논의가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제가 나름대로 판단하는 명칭을 사용하겠습니다.

먼저, 10대 제자상 중에서 다른 제자상과는 달리 유독 발이 모두 보이는 두 제자상을 소개합니다.

먼저, 목련존자(目連尊子, 본명 Maudgalyayana, 目楗連)상 입니다.

목련존자는 일명 콜리타(Kolita)라고 불렀는데 그것은 아버지의 이름을 딴 것이고 어머니의 성을 따서 목건련이라 하였다 하고, 같은 이름을 가진 제자가 많아 마하목건련이라 하여 구별합니다.

그는 본래 인도의 마가다國 왕사성 밖의 콜리타라고 불리는 마을에서 브라만 가문에서 태어났고, 일찍이 왕사성 부근의 영축산 정상의 산정제를 구경갔다가 그곳에서 대중이 무질서하게 노는 꼴을 보고 無常함을 느껴 출가하여, 불교에서 육사외도(六師外道)라고 부르는 산자야(Sanjaya)의 제자가 되어 7일만에 교리에 통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목련존자는 같은 마을 출신으로 참다운 스승을 만나면 서로에게 알려주기로 약속한 바 있는 사리불(舍利佛)로부터 석가모니가 참다운 스승이라고 소개받고 석가모니의 제자가 됩니다. 석굴암의 10대 제자상 중 제일 앞쪽에 새겨져 있는 제자상으로 다른 제자상보다 연로한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으며, 사리불과 함께 지물(持物)을 가지고 있는 조각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10대 제자상 중 다른 제자상들이 모두 신발을 신고 있어 발가락이 보이지 않는데 반하여 바로 이 목련존자상과 마하가섭상만은 발가락이 모두 보이는 신발을 신고 있는 것으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그 까닭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10대 제자들에게는 한분씩 그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초기 경전인 증일아함경, 잡아함경, 중아함경 등 많은 경전에서 마하목련존자는 신족제일(神足第一)의 제자라고 불리어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경전에 의하면, 목련존자는

"神足이 輕擧하여 十方에 飛到함은 소위 대목건련비구가 제일이다"라고 불려졌으며,

신통력을 나타내어 33천을 오르내리고, 용왕을 교화하고, 33천에 계셨던 부처님을 내려오시게 하여 다시 교화를 청하는 일 등 신통력을 발휘하였다고 합니다.

증일아함(增一阿含)에 의하면 33천에 이르렀을 때 오른쪽 다리의 발가락으로 땅을 짚어 궁전을 진동시켰다는 부분도 있으며, 또 그 닿는 곳의 범위가 동방 칠항사(七恒沙)의 불토를 지나서 수광여래(壽光如來)가 있는 곳까지 이르러 그 신통력의 광범위함을 드러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유독 목련존자상만은 다른 제자상과는 달리 발을 강조하기 위하여 발가락이 모두 보이는 신발을 신은 것으로 조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발가락이 모두 보이는 점과 제자상 중에서 앞서 있는 점, 연로하게 묘사된 점, 지물을 들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象이 목련존자를 조각한 것이 분명하다고 보여집니다.

목련존자상은 석굴암의 입구쪽을 향하여 서 있습니다.
이것은 석굴암을 찾은 관람자가 전실을 거쳐 본존불에 참배하기 위하여 그 앞에 섰을 때,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는 지점에 목련존자상이 관람자를 향하여 선 것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것 입니다.
본존불 앞에 관람자가 섰을 때 양쪽으로 시선이 부딪치는 지점에는 모두 부처님의 제자상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이것 역시 본존불을 참배하기 위하여 관람자가 섰을 그 순간, 관람자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본존불에 대하여 한껏 존경과 숭배를 드리는 제자상을 봄으로써, 그 숭배의 심정에 동참토록 계획하였기 때문이라고 보여집니다.

또 신라시대의 조각가들은 빛이 전실 입구로부터 들어오는 것임을 감안하여 부조상들의 앞부분 두께와 뒷부분 두께를 차이를 두고, 옷의 주름을 이용하여 자연광을 받은 부조상들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세심하게 계획하였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두번째로 발이 모두 보이는 제자상은 마하가섭(迦葉, Mahakasyapa)상 입니다.
본존불 앞에서 봤을 때 보이는 제자상 중 오른쪽 두번째 상입니다.

그는 인도의 왕사성, 마하바드라 마을의 사람으로 거부였던 브라아만 가문의 아들로서 비팔라 나무 아래에서 탄생하였으므로 비팔라야나(또는 핏파리)라고 불리어지기도 했으며, 마하가섭이라는 이름은 그의 종족명이라고 합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종교심이 깊었는데, 양친을 여위고 난 다음에는 출가하여 수행에 전념하기로 결심을 했건만, 그의 부모님은 그에게 결혼할 것을 권하여, 처음에는 단호하게 거절하다가 마침내 꾀를 내어 타협안을 내었다고 합니다.

즉, 핏파리는 순금으로 실제 크기의 예쁜 여인상을 만들게 한 다음, 이러한 여성상이면 결혼을 하겠다고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행인지 불행인지 그 여성상을 그대로 닮은 여인이 나타났지만 두 사람은 함께 출가하기로 하고 길을 가다가 갈림길에서 여인이 가는 길과는 다른 쪽을 선택하였다고 합니다.

마하가섭은 다자신처(多者神處)라는 곳에서 나무 아래 좌선하는 석가모니를 만나 바로 그의 제자가 되었고, 석가모니의 가름침을 받아 8일만에 바른지혜의 경지(아라한과)에 들었다고 하며, 마하가섭은 그 감사함의 표시로 석가모니에게 자신의 승복을 벗어 바치고 자신은 마을 밖의 쓰레기 버리는 곳에 버려진 헌 옷을 기워서 만던 분소의(糞掃依)을 부처님으로부터 받아 입었다고 합니다.

그 후에도 마하가섭은 욕심은 적고 족한 것을 알아 항상 엄격한 규율, 즉 두타(頭陀, 禁慾)를 행하고 교단의 우두머리로서 존경을 받았다고 합니다.
마하가섭의 두타행은,

• 마을과 떨어진 산림에서 산다.
• 언제나 탁발걸식에 의해서 생활한다.
• 걸식을 하는데 집의 빈부를 가리지 않는다.
• 하루 한끼만 먹는다.
• 많이 먹지 않도록 양을 절약한다.
• 중식 이후에는 국물(음료)를 마시지 않는다.
• 폐물인 누더기로 만든 옷을 입는다.
• 세 개 옷밖에는 갖지 않는다.
• 무덤 사이에서 산다.
• 나무 아래에서 산다.
• 한 곳에 앉아 지낸다.
• 언제나 앉아 있고 드러눕지 않는다.

이는 무서울 정도로 용맹정진하는 마하가섭의 두타행을 일컫는 것이고, 이로써 수행자들의 모범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 마하가섭상도 다른 제자상과는 달리 발이 모두 보이는 신발을 신고 있는 것으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그 까닭은, 제자들 중 두타행제일(頭陀行第一)이라고 불리워졌던 마하가섭의 금욕적인 생활을 표현하려고 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마하가섭은 "염화시중(捻華示衆)의 미소"라는 일화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어느날 부처님이 설법자리에서 연꽃 한송이를 들고 아무런 말이 없이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은 그 뜻을 알지 못했으나 마하가섭만이 그 뜻을 알고 미소지었다고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입니다.

마하가섭은 부처님 열반 후 500명의 나한을 모아 스스로 상수가 되어 아난다와 우파리로 하여금 經과 律을 결집하도록 하였고, 부처님을 따르던 집단의 최고 영도자로서 역할을 다하였다고 합니다. 마하가섭상도 본존불 앞에 선 참배자의 시선에 따라 앞쪽을 향해 새겨져 있으며, 두 손을 머리앞에 모으고 공손히 머리를 숙여 부처님께 대한 공경의 뜻을 표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마하가섭상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그와 함께 고개를 숙이고 마음 다해 부처님께 공경을 드리는 한없는 신심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러한 것 역시 석굴암의 여러 불상을 제작한 선인의 깊은 신앙과 염원의 발현이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