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의 본존불에 대하여는 의외로 그 존명(尊名)이 분명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본존불의 존명을 알아낼 문헌이 부족한 가운데 본존불상의 조각형식, 수인(手印), 방향, 주변 부조상들의 배치 등에 의하여 그 존명을 추론해볼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본존불의 수인(手印)이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 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항마촉지인"이란 불상의 여러 수인 중의 하나로서, 석가모니가 성도할 때 마귀를 항복시키고서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키는 순간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그래서, 석굴암 본존상이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본존은 석가여래로 보는 설이 단연 우세하다.

한편, 본존불을 석가모니부처라고 보면서도 그 경전적인 근거에 대하여는 다소 견해가 나뉘어져 있다.

즉, 민영규 선생님은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이 법화경의 '견보탑품'()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미루어 석굴암 본존을 영취산 정토에서 설법하는 석가모니로 보았고, 문명대 선생님은 화엄, 법화경을 포함한 신인종을 그 중요사상으로 하고 '관불삼매해경'에 근거를 둔 석가상으로 주장하며, 남천우 박사는 12지연기보살과 연계된 석가여래라는 설을 주장하였다.

특히, 문명대 선생님은, "관불삼매해경"에서 굴안에 앉으신 석가모니 부처님의 영상이 일장육척(一丈六尺, 한길 여섯자)이라는 경전의 기록은 바로, 석굴암 본존불의 크기(대좌 포함)를 결정한 것이라고 보았다.

한편, 석굴암 본존상의 "항마촉지인"에도 불구하고 이는 석가모니부처님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유력한 견해가 있다.
즉, 황수영 선생님()은 본존상은 아미타여래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황수영 선생님은 그 근거로 여러가지를 들고 있지만 그중에서 중요한 것으로는,

첫째, 통일신라시대에는 군위 삼존불에서도 보이듯 아미타여래도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는 예가 있고,

둘째, 8세기 중엽에는 미타신앙이 팽배해 있었으며,

셋째, 본존불 뒤에 11면관음보살상이 있는 점과 넷째 19세기에 석굴암에는 '수광전(壽光殿)'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다는 점 등에 근거한 것이다.

또, 김리나 교수는 화엄경의 세주묘엄품(世主妙嚴品)에서 적멸도량의 깨달은 부처는 설법장소가 바뀌어도 촉지의 자세로 다른 곳에 화신(化身)으로 나타나고 있으므로, 비로자나불이면서 석가의 권속들을 이끌고 있다고 보아 본존불을 불법 그 자체를 의미하는 법신불(法身佛)로서 비로자나불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김영주 선생님은 석굴암은 불국사와 같은 시기에 조성되기도 하였으려니와 불국사와 서로 깊은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이루어졌으며, 그 경전의 배경은 법화경과 유마경이고,

특히 유마경의 "견아촉불품"의 교리적 배경에서 설계되었다고 본다. 유마경의 "견아촉불품"에서 석가는 유마가 아촉불이 계시는 묘희(妙喜, Abhirati)라는 세계로부터 이곳에 태어났다고 말하고, 그곳에 모여있던 대중들이 묘희국의 아촉불과 그 나라에 있는 보살, 성문, 천신들을 보고싶어 하자 유마로 하여금 묘희국의 아촉불과 그 나라를 대중들에게 보여주도록 하였다는 것이고, 유마는 삼매에 들어 초인적 신통력으로 대중 앞에 묘희국을 옮겨 놓았는데, 그 모습을 재현한 것이 바로 석굴암이라는 것이다.

즉, 석굴암의 본존불은 석가불도 아미타불도 비로자나불도 아닌 동방불인 아촉불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가운데, 강우방 선생님()은 본존불 높이가 11.5자, 무릎과 무릎 사이가 8.8자, 어깨너비가 6.6자로 된 것은 바로 현장법사의 '대당서역기'에 묘사된 부다가야의 마하보리사에 남아 있는 석가모니 성도상(成道像)과 동일하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정도(精舍)안을 들여다 보니 불상이 엄연한 자태로 결가부좌하고 오른 발을 위에다 얹고 왼손을 샅 위에 두었으며 오른손을 늘어뜨려 동쪽을 향하여 앉아 있었다. 그 근엄한 모습은 참으로 그곳에 부처가 있는 것과 같았다. 대좌의 높이가 4.2자이고 너비는 12.5자이며, 불상의 높이는 11.5자, 양 무릎 사이가 8.8자, 양 어깨 사이가 6.2자였다. 얼굴 모습은 원만구족하여 그 자비로운 얼굴은 산 사람과 같았다. ...... 사람들은 모두 진심으로 그것을 만든 이가 어떤 사람인가 알고 싶어했다.

어깨 너비의 4치 차이만 제외한다면 바로 그 숫자와 방향과 모습이 일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바로 신라의 석굴암 제작자들이 대당서역기의 서술에 따라 그대로 본존을 조성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어쩌면 신라의 선인들은 인도의 불교인들이 석굴사원에 본존불을 조성하면서 근거로 하였을 경전이나 문헌자료와 똑 같은 것에 근거하여 석굴본존불을 조성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러한 강우방 선생님의 논거를 더하고 보면, 이제는 본존불은 항마촉지한 석가모님상을 구현하려고 하였다고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본존불의 존명에 관한 활발한 논의는 논의 그 자체로서도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여겨지고,

이러한 견해들의 의미를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본존불을 대한다면 더욱 분명하게 본존불의 가치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